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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내 휴가가 끝났다.
목요일 새벽 챗지피티에게 같은 질문을 두 번 했다는 걸 깨닫고 좀 쉬어야겠다 생각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컴퓨터 안 켜고 챗지피티, 클로드 안 쓰고, 강의 등 안 듣고, 밤에 잠을 자는 게 목표였다.
내 일 안 하는 동안 첫째랑 좀 더 몰입해서 놀아주기.
둘째 교육에 좀 더 신경 쓰기.
목요일, 금요일 밤엔 잠을 잘 잤는데, 토요일 둘째 늦은 백일잔치 겸 가족모임을 하러 갔던 근처 리조트에서는 밤새 뒤척였다.
새벽까지 이어진 가족들과 대화에서 내뱉은 말들을 곱씹어보느라, 나와 가족들의 미래를 상상해 보느라, 오랜만에 누운 푹신한 침대가 불편해서…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온 일요일 오후는 좀 쉬고 싶었다.
한 시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늘어져 있으면 참 좋겠다. 아니 삼십 분이라도. 둘째 젖 주며 그 사이 좀 누워있을 때마다 첫째가 책 읽어달라고, 그림 좀 보라고, 게임 어떻게 하는 거냐고,,, 5분이라도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널브러져 있으면 좋겠다. (평생 주말은 쉬는 날이다 생각하며 살아서, 육아생활 수년 째인 지금도 주말엔 늘어지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러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배고프거나 졸린 둘째의 칭얼거림을 뒤로하고 첫째의 밥을 차려줬는데, 다른 놀이에 집중하거나 해서 안 먹고 여러 번 먹으라고 말하다 결국 나 혼자 다 먹고 나면 화가 나는 것이다.
둘째는 좀 더 격렬하게 울기 시작하고, 첫째 밥은 식어가고,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상황을 보내며, 첫째가 식탁에서 혼자 밥 먹기는 아직은 벅찬 일이란 걸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
아이들 아빠의 두 달여간의 고된 농번기 기간 동안 사실 네 식구 모두 나름대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누굴 탓하지 않기로 했는데,,,
아침에 숙소에서 짐 챙길 때 첫째에게 처음으로 부탁도 아니고 명령으로 졸려서 칭얼거리는 동생 유모차 좀 밀고 다니라고 말을 했다가, 첫째가 흠칫 놀라는 게 느껴졌는데 마음이 급해 그냥 넘어가버렸다.
오후에 집에만 갇혀있고, 배도 고프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고, 엄마는 동생만 봐주고 있어서 심심한 첫째가 징징거리며 투정 부릴 때도 나는 첫째에게 "제발 조용히 좀 해! " 빽 소리를 지르고, 너는 하고 싶은 일 다 했지 않냐며, 나는 휴가인데 아무것도 못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첫째가 집을 나가겠다고 한다. 이 녀석이 어제 ACC에서 보고온 꼬마장승가출기가 떠올랐나보구나 생각에 웃음이 났지만 웃지 않고 아니야 엄마가 나갈게. 엄마도 혼자 있고 싶다. 동생이랑 함께 살아라. 협박하니 울면서 가지 말라고 한다.

지난 수년간 그리고 임신 막달에 무리해서까지 첫째와 단둘이 아주 많은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에 첫째가 미련없이 동생에게 애정을 쏟지 않을까 살짝쿵 기대했지만, 자신만의 엄마를 떠나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인생 처음으로 만난 24시간 매일을 수년간 함께 생활한 존재다. 그것도 내가 뱃속에서 열 달을 키웠고, 죽음을 각오하고 출산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첫째와 소통이 가능하게 된 육 개월쯤 되었을 때인가, 난생처음 24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존재가 생겼다는 걸 문득 깨달았을 때 그때 들었던 부담감, 한편에는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그러나 이 친구가 커서 독립할 때 즈음엔 다시 혼자가 되겠구나 하는 불안감.

첫째는 내 인생의 첫사랑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뭔지 알려준 존재.
나와 내 남동생은 연년생이라 우리 엄마는 경험해 보지 못하셨다. 그래서 모른다.
나와 첫째가 어떤 사이인지. 어떻게 대화하는지. 어떻게 노는지. 어떻게 여행하는지를.

그래서 나도 처음이라 많이 서툴렀고, 상처 줬었다.
그래도 상처 주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었다.
지금은? 첫째가 다칠 걸 알면서 아이에게 강요한다.
어느새 아이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있었다.
그 강도가 미세할지라도.

이후 우린 둘째의 칭얼거림을 무시하고 삼십 분 넘게 싸웠다. 그건 내가 첫째의 투정거림과 발로 차거나 하는 행동들을 따라 하면서 시작되었다. 녀석은 아빠에게 배운 씨름 기술들을 나에게 써먹으려 여러 번 시도하다 내가 힘을 써서 들어 눕혀버리면 쓰러지기 일쑤였는데, 지치지도 않고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고 포기 않고 매번 다른 방법을 시도해서 나를 쓰러뜨리려고 했다. 흥분하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진지하게 대결하고 있는 꼬마 녀석에게 속으로 감탄하며 어느새 나도 최선을 다해 꼬맹이를 넘어뜨리고 있었는데 삼십 분쯤 되자 내가 지쳐서 그만두고 싶은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내 생각이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십분 넘게 계속 내 뒤로 돌아가 허리를 껴안고 내가 자기를 못 보게 해서 엄마가 자기를 넘어뜨리는 걸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이미 화가 난 엄마는 자꾸만 자기를 넘어뜨리고 아프게 하고 싶은지 그만 둘 생각을 안 하네. 이러다 이제 더 이상 엄마가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지 않으면 어쩌지? 잘 웃고 오이도 잘 먹는 귀여운 동생만 사랑해 주고, 나에겐 명령만 하고, 화만 내고, 싫어하면 나는 이제 누구랑… 엄마랑 했던 것처럼 놀고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슬프다. 울고 싶다. 엄마 싫어. 엄마 너무 좋아. 하지만 싫어. 엄마 미워. 엄마가 그리워.

그렇다. 내가 싫은 건 이런 상황인 것이다.
해결책은 이런 상황을 다시 또 만들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덕분에 첫째가 어른에게도 맞서는 깡이 있고, 대결을 끝까지 버티는 뚝심이 있고, 밥도 안 먹었는데 삼십 분은 격렬히 싸울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엄마 미워” “엄마 싫어”
아이 역시 엄마가 싫은 게 아니기 때문에, 바뀐 엄마와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변화가 아이에게도 필요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일은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스스로 성장 할 수 있게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에는 정답이 없고, 지난 수년간 바로 옆에서 지켜봐 온 내가 이 친구의 기질과 취향에 맞추어 선택지를 제공해 주고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저녁에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온 아이 아빠에게 아이와 대결했던 에피소드를 말하며, 거실에서 분명히 우리 대화를 들으며 놀이를 하고 있는 꼬맹이에게 말했다.

“아빠에게 네 이야기했어. 네가 멋진 여자 어른이 될 것 같다고”

첫째는 나와 다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 취향의 스타일로 코디하고, 요즘은 천 재질까지 따져가며 옷을 고른다. 편하게 입어야 할 때와 예쁜 옷을 입어야 할 때, 소년처럼 편하게 입고 싶을 때와 소녀처럼 편하게 입고 싶을 때의 코디가 다르다. 자기 옷과 양말, 가방, 모자 팔찌, 목걸이, 삔, 머리끈이 뭐가 있는지 다 꿰고 있다.
제자리에 두는 건 잘 못하지만..

그래서 꾸미지 않고, 옷도 아빠 옷 입고, 매니큐어도 안 바르는 엄마 같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자기 취향이 아닌 엄마의 일부분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빠가 그런 엄마를 존중하니 저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싶지만 그래도 싫다.

나도 싫다.
두어 달 농번기 동안 혼자 육아를 담당하다시피 하고 새벽엔 내 일하느라 잠도 안 자고, 피곤함을 쫒으려고 계속 뭔가 먹어댔더니 살이 겁나게 찌고 어깨는 더욱 굽었고 머리카락은 사정없이 빠져댄다.

나는 새벽에라도 내 일을 하는 게 훨씬 생활이 가뿐해지고 마음이 편하다. 잠을 늘릴 순 없지만 군것질거리를 야채 등으로 바꾸고, 운동량은 늘릴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나는 아침형이니 이른 아침에.
일단 이 두 가지만 일주일 해 보는 거다.
1. 군것질거리 야채로
2. 아침 한 시간 아이들과 운동


2026/6/29 우리